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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Altar · Chapel

살아있는 제대 · 성체조배실

우면동 성당 성체조배실

3채널 영상(7'30'' looping)과 조명 싱크를 이용한
디머 조명 프로그래밍
6.5(일) — 7.12(일)

성체 아래에 세 화면을 놓았다. 7분 30초 동안 만찬과 수난과 부활이 펼쳐지고, 마지막에는 작품의 영상과 소리와 빛이 물러난다. 성체가 남는다.

돌려받은 손

이냐시오 영신수련 중 아브라함과 이사악을 관상하다가, 나는 내 손이 나의 이사악임을 알아들었다. 그리고 만지고 연주하는 손, 내 예술의 전부인 손이었다. 그리스도를 찬미하기 위해 쓰던 예술을 어느 순간 그분보다 위에 두고 있었다. 손을 내어드린다는 것은 예술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그 자리를 다시 정하는 일이었다.

손목 수술 뒤 오랫동안 작업을 멈추었다. 《살아있는 제대》는 다시 만들기 시작하며 제작한 첫 작품이다. 돌려받은 손으로 만든 세 화면을 성체 아래에 놓았다. 이 배치에서 작업의 물음이 시작된다. 예술은 성체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디에서 자신의 수단을 거두는가.

빛을 빌려 오는 방

서울 우면동성당 성체조배실에서 성체는 감실의 둥근 창 안에 현시되어 있다. 세 화면은 그 아래 제대 위에, 같은 수직축을 따라 놓인다. 작품은 성체를 가리지 않는다. 영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성체는 그곳에 있다.

천사의 손짓에 나뭇가지의 초가 켜지면 성체를 비추던 조명이 꺼지고 화면에 달이 떠오른다. 나무의 불은 타되 소진되지 않는 떨기가 되고, 영상 속 손짓에 실제 제대의 두 램프가 켜진다. 빛은 방에서 이미지로, 다시 이미지에서 방으로 건너간다. 내가 구성한 것은 현존 자체가 아니라, 그 앞에서 보고 듣는 조건이다.

내어주는 손과 응답하는 손

만찬의 인물들은 그림자로 나타난다. 과거의 만찬과 지금의 미사 사이에서 시간은 한쪽으로 닫히지 않는다. 사제의 손을 촬영한 두 손이 빵과 잔을 들어 올리고, 제정사의 말씀이 라틴어 음성과 한국어 글자로 전해진다. 작품은 그 말씀을 인용한다. 화면의 손이 빵을 축성하는 것은 아니다.

수난에서 채찍 아래 놓인 손은 나의 손이다. 먼저 내어주시는 그리스도의 손과, 그것을 받아 만들고 응답하는 나의 손은 같은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 채찍은 조명의 움직임이 되고 못은 소리가 되며, 심장박동은 방의 빛을 뛰게 한다. 나는 수난을 화면 속 사건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방 안으로 옮기고자 했다. 그러나 감각의 강도가 신앙이나 위로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열두 초의 침묵

“다 이루었다” 뒤, 큰 심장박동 하나와 함께 영상과 조명과 소리가 멈춘다. 열두 초 동안 작품은 더 이상 아무것도 보여주거나 들려주지 않는다. 나는 이 시간을 성토요일의 침묵으로 구성했다. 죽음을 또 하나의 이미지나 설명으로 채우지 않기 위한 중단이다.

종소리와 함께 수의가 떠오르고 빈 무덤이 드러난다. 천사의 손짓이 돌아오면 바닥의 빛, 제대의 빛, 성체를 비추는 빛이 차례로 돌아온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는 말씀과 함께 무덤은 제대의 형상으로 바뀐다. 다시 켜지는 빛은 사라진 현존을 회복시키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곳에 있던 성체를 다시 비춘다.

성체적 일식

마지막에 방의 밝기가 고조되고 달이 다시 나타난다. 이내 영상과 다른 조명이 함께 꺼지고, 성체를 비추는 빛만 남는다. 열두 초의 침묵이 다시 시작하기 위한 중단이었다면, 이번에는 상영 자체가 끝난다. 밝혀진 성체 아래에 어두운 세 화면이 남는다.

나는 이 관계를 ‘성체적 일식’이라 부른다. 성체가 물리적으로 가려진다는 뜻이 아니다. 물러나는 것은 예술의 가치가 아니라, 자신의 표현으로 그 표현이 가리키는 실재를 모두 담거나 대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작품은 만들고, 방을 채우고, 자신에게 속한 빛과 소리를 거둔다.

내가 위로하고 싶었던 어머니가 잃은 것은 몸이었다. 어떤 이미지도 그 몸을 돌려주거나 재회를 이루지 못한다. 이 작업은 슬픔을 해결했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고통 앞에 머물며, 성체 앞에서 자기 표현이 끝나는 자리를 구성한다. 성체는 작품이 시작되기 전에 거기 있었고, 작품이 멈춘 뒤에도 거기 있다.

감사의 말

이 작품은 결코 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 호흡의 영상이 되기까지 함께 기도하고 손을 보태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총괄 자문 · 백운철 스테파노 신부님

감수 · 신지철 바오로 신부님

기획 · 한지연(루시아)

사운드 디자인 · 안은정(안나)

그린스크린 손 촬영 · 이영훈(바오로)

설치 · 장재일

도움을 주신 성당 모든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 앞에 머물러 침묵으로 응답해 주실 관람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오직 성체
이 성체 앞에 잠시 머무시기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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